<돝고기506>을 방문했다. 얼추 찾아보니 그 유명한 우가 사장님이 새로 오픈한 돼지고기 집인가 보다. 화려한 건물, 인테리어를 보니 사장님이 '돈 좀 썼구나'란 생각이 절로 난다.
일단 술부터 얘기해보자. 메뉴판에 적힌 술은 소주와 맥주 밖에 없다. 와인이 있다길래 리스트를 부탁하니 아직 리스트를 준비하진 않았지만 직접 3층에 올라가서 보고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와인 가격이 얼마부터 시작하냐고 물어보니 점원이 대답을 못한다. 그러더니 매니저에게 물어보고 온다고 한다. 5분 후에 돌아와서 7만 원부터 시작을 하고 30만 원까지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황당하다. 이 집 고기가 1인분(150g)에 15,000원이다. 둘이서 3인분을 먹어도 45,000원인 사실 대단히 비싸다고 할 수 있는 식당은 아니다(물론 돼지 고깃집 중에선 최상이다). 근데 와인 가격은 7만 원부터 시작을 한다. 둘이 와인에 고기 2인분을 먹으면 최소 115,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와인 예산을 전체 예산에서 최소 60%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직접 공수해온 고기라고 해서 잘 어울리는 와인과 마셔보려고 했으나 바로 참이슬을 주문했다(콜키지도 안 된다고 한다). 물론 다른 증류식 소주나 술은 메뉴에 없어서 선택한 차선책이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증류주가 있긴 하단다. 물론 메뉴에는 적혀있지 않았다.
쌈은 아주 좋다. 다양한 쌈이 나오는데 채소의 질이 좋다. 된장찌개도 맛있다. 반찬도 나쁘지 않다. 다만 어묵 무침, 가지 무침, 캔옥수수+캔콩+캔완두콩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영혼 없는 반찬 3개가 딸려 나온다. 그냥 안 줘도 될 것 같다. 다른 쌈이나 된장찌개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고기는 참 묘하다. 일단 목살과 삼겹살을 506시간 동안 숙성 시켰다고 한다. 물어보니 액티브 에이징을 했다고 한다. 806시간을 숙성시킨 삼겹살도 있다. 이건 드라이 에이징이다. 근데 왜 506시간과 806시간숙성을 시켰을까? 내 생각엔 각각 21일과 30일 숙성을 시킨 거지만 뭔가 조금 더 그 숫자를 강조하기 위해 짜낸 랜덤 한 숫자 같다. 개인 취향이지만 이런 숫자에서 짝수는 뭔가 안정성이 떨어진다. 507시간이라던가 807시간과 같이 소수를 썼다면 훨씬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고기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고기는 좋다. 진짜로 좋은 편이다. 목살은 매우 특이한데 정말로 스페인에서 가져왔나 보다. 도토리 향과 버터 향이 나는 게 하몽을 먹는 느낌이 난다.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이 있었으면 정말 좋을 뻔했다. 근데 뭔가 이런 식으로 스테이크같이 구워 먹는 게 맞나 싶은 느낌이다. 맛은 있는데 미묘하게 조리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난다. 육전식당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다. 그렇다고 고기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스태프들의 교육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사용하는 고기에 대해서 물었는데 아무것도 모른다. “전 먹어 본 적이 없어서요”라던가 “전 잘 몰라요”로 일관한다. 이건 여기 사장님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테이블 구조 역시 손님에 대한 배려가 떨어진다. 육전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육전식당은 테이블의 가장 끝 쪽인 마구리에서 고기를 구워준다. 스태프가 고기를 구워주는 중에도 고객들의 대화는 방해를 받지 않는다. 돝고기506는 가로가 너무 긴 테이블을 사용한다. 마구리에서 고기를 구워줄 수가 없다. 결국 4명이서 식사하는 도중에 스태프가 한 측면의 두 사람 사이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고기를 굽는 10분 동안 대화가 진행이 안 된다. 고기를 굽는 사람도, 그 테이블에 앉은 손님 모두 뻘쭘해진다. 뻘쭘해서 고기에 대해서 물어보니 “전 잘 모르는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어도 처음 오는 손님에게 열정적으로 고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육전식당이 그리워진다. 그건 단순 트레이닝의 문제가 아닌 스태프가 느끼는 그 고기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문제다.
뭔가 안타깝다. 딱히 떨어지는 건 없는 식당인데 조화가 없다. 그 식당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없고 너무 차갑게만 느껴진다. 돈은 썼지만 마치 예식장에서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