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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먹어봐야할 디시: 레바논식 치킨이 정말로 맛있다. 껍질은 살딱 탄듯 크리스피하게 구워졌고 쿠스크스와 파슬리로 만든 레바논식 샐러드인 타불레는 정말 프레시한 느낌을 잘 살렸다. 이 디시만큼은 정말 정말 정말 강추다. 한국의 식당 서비스는 사실 70점을 넘기 힘들다. 불평을 하고자 이런 말을 하는건 아니고 그냥 어쩔 수 없는 현실이 그럴 수 밖에 없다. 아주 최고급 식당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서비스를 홀에서 제공해야할 유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마이클 바이 해비치를 방문했다. 100만원 가까운 가격의 와인을 팔기도하고 음식도 파스타 하나에 3만원 정도의 식당이다. 서버가 와서 주문을 받는데 주문 받는데 말투부터가 아예 교육이 되어있지 않다. 주문을 다 하고 2분 정도 후 우리 테이블로 다시 와서 주문을 확인한다. "아까 치킨플레이트라는게 어떤거 주문하신거에요?" "메뉴에서 이거 시킨거에요" "아~이거 맞는거죠? 그러면 다른거 시킨건 이거랑 이거 같이 시킨거 맞죠? 헤헤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단 식당의 고충이 느껴졌다. 가뜩이나 사람도 안 뽑히는데 어찌어찌 뽑아서 그래도 음식 주문이라도 받고 가져다줄 수 있는 서버라도 뽑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온 첫번째 디시는 파스타였다. 분명 스몰플레이트를 주문했음에도 파스타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 큰 플레이트(치킨 스테이크)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스몰플레이트가 나온다. 이건 한국 식당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디시 나오는 순서나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 넣는 경향이 있다. 한참 안나오다 샐러드와 메인디시가 다같이 우르르 나온다거나 순서가 바뀌어서 나오는건 너무 일상다반사라 이게 K-서빙이라 받아들이고 있다. 서버가 단순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주는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이다. 어차피 열심히 한다고 홀 직원이 돈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10년을 일한다고 경력을 인정받거나 월급이 많이 상승하는 구조도 아니다. 식당 입장에서는 마진이 계속 쪼들리니 이러한 서비스에 더 투자를 못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걸 투자한다 쳐도 가치를 느끼는 고객은 별로 없다. 한국의 식당의 서비스는 더 안좋아질 것이고 더 아마추어 처럼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국밥을 먹고 차라리 막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가지 시작했다. 이런 곳들은 어차피 뭘 어떻게 하건 내가 먹는 음식값만 지불하면 만족스러운, 매우 합리적이고 정직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사람의 지도